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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호의 베이징올림픽 따라잡기, 생애 가장 행복했던 20일

스포츠서울 | 기사입력 2008.08.24 20:27 | 최종수정 2008.08.24 23:11



"베이징에서 보낸 시간이 제 생애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어요."

베이징에서 올림픽을 가장 오랫동안 즐긴 한국 선수는 누굴까. 바로 지난 9일 한국선수단에 첫 금메달 낭보를 전했던 '한판승의 사나이' 최민호(28·한국마사회)다. 25일 귀국을 앞두고 베이징 시내에서 만난 최민호의 얼굴은 행복하게 빛나고 있었다. 지난 6일 베이징에 입성했으니 베이징에서 보낸 시간은 무려 20일이나 된다. 9일 남자 유도 60㎏급 결승까지 한판승 퍼레이드를 펼치며 한국 금메달 물꼬를 튼 그는 한국선수단이 사상 최고 금메달 성적을 거둔 이번 대회에서 '생애 가장 행복한 순간'을 즐겼다.

수많은 추억을 갖고 간다. 얼굴만 알던 다른 종목 선수들과 친구가 되었고. 운동을 시작한 이래 거의 처음으로 낮잠도 실컷 잤다. 유명하다는 발 마사지도 즐기고. 관광도 했다. "너무 행복해서 겁이 날 정도였다. 이제는 돌아가 (유도)도복 깃을 좀 잡고 싶다"며 웃는 최민호를 만났다.

◇감격과 환희 눈물의 금메달
결승에서 루드비히 파이셔(오스트리아)를 한판으로 꺾은 뒤 보는 사람도 찡할만큼 펑펑 울었다. 절친한 후배 이원희도 "형 따라 나도 울었다"며 그를 축하했고. 안병근 대표팀 감독은 "민호야. 넌 금메달도 아깝다. 니 눈물은 우리들만 안다"고 할 정도였다. 최민호는 "그날은 정말 울음이 쏟아졌어요. 하지만 다음날부터는 '행복하다. 내가 정말 해냈다. 감사하다'라는 생각에 줄곧 너무너무 행복했어요"고 말했다. 돌이켜보면 운동선수 하면서 이렇게 마음 편하게. 행복하게 쉰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새벽훈련에 저녁훈련까지. 태릉선수촌에서는 외박을 받아도 늘 고된 훈련 걱정 때문에 마음 편히 놀지도 못했는데"라면서 "메달 딴 뒤에는 늦잠 많이 자면서 그냥 선수촌에서 가볍게 러닝하고 웨이트 트레이닝만 했어요. 너무 좋더라구요. 메달을 따본 코치 선생님들이 '한국가면 못 쉰다. 이렇게 편하게 쉬어볼 날 다시는 없을 것'이라고 하셨는데 그말이 딱이었어요."

◇베이징에서 사귄 태릉 친구들
펜싱 은메달리스트 남현희(27). 레슬링 동메달리스트 박은철(27). 역도 은메달리스트 윤진희(22)는 베이징에서 절친해진 다른 종목 선수들이다. 종목별로 하나둘 일정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고 메달리스트들만 남은 올림픽선수촌. 어느덧 눈이 맞은(?) 이들과는 함께 한국식당도 찾아다니고. 수시로 전화와 문자 메시지도 나눴다. "아. 중국은 개구리랑 토끼 요리가 그렇게 맛있다는데. 이 친구들하고는 한국 식당만 다녔네요"라고 아쉬워하면서 "그나마 고향에서 오신 김천 시장님이 중국음식 사주셔서 새머리는 먹어봤습니다. (김)재범이(유도)가 못 먹길래 그것도 먹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정말 성격좋은 형"이라는 사격 진종오(29)와 친해진 에피소드 하나. 금메달을 따고 며칠 뒤 식당에서 진종오가 웃으며 다가오더니 "민호야. 니가 형을 싹 묻어주더라"라고 먼저 말을 건넸다. 한국의 첫 금메달 후보였던 진종오는 9일 10m공기권총에서 최민호에 앞서 은메달을 땄는데. 최민호가 저녁에 금메달을 따는 바람에 거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눈물의 금메달 들고 '천사같은' 어머니께 갑니다
마사회 팀 동료들에게 줄 선물로는 베이징올림픽 로고가 새겨진 허리가방을 샀다. 부모님 선물은? 안 샀다. "금메달만큼 좋은 게 어디있나요"라고 했다. "아무리 둘러봐도 우리 집처럼 화목한 가족들을 못 봤어요. 금메달 들고 얼른 김천에 계시는 부모님 만나러 가야죠." 지난 겨울에 "하도 안 틀어서 보일러가 고장났구나"라며 잠바와 마스크를 쓰고 주무시던 아버지. 동네 할머니들이 딸을 삼고 싶다고 좁은 방에 진을 칠 정도로 '천사같은' 어머니를 위해 따뜻한 집으로 이사갈 생각도 그를 들뜨게 한다.

◇"얼른 또 도복을 잡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합니다."
러닝과 웨이트트레이닝 훈련은 베이징에서도 하루도 빼놓지 않고 짬짬히 계속했다. 하지만 유도 경기 일정이 끝나고 동료들이 거의 돌아가는 바람에 도복을 입고 함께 운동해줄 사람이 없었다. "도복운동을 하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해 미치겠다"라면서 "그런데 어쩌죠. 귀국해도 생방송 중계한다는 선수단 환영행사에. 청와대 방문에. 선생님들 인사도 드려야 하고…. 운동할 시간을 잘 찾을 수 있을 지 모르겠다"며 걱정이다. 그러면서 귀국할 날이 되니 걱정이 하나 더 생겼다. 로밍폰 요금이다. "먼저 들어간 친구들도 170만원이 나왔다는데. 메달 따고 남아있던 우리들은 한 300만원은 나오는거 아닌가 몰라요. 하하"

베이징 | 정가연기자 what@- 대한민국 스포츠 연예 뉴스의 중심 스포츠서울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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