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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보다 더 빛난 스페인 농구의 저력

데일리안 | 기사입력 2008.08.25 09:40



[데일리안 이준목 기자]2008 베이징올림픽의 대미를 장식한 남자농구 결승은 미국 '리딤팀'에 8년만의 정상탈환을 확인하며 막을 내렸다.

그러나 미국의 우승 못지않게 NBA 스타들을 앞세운 리딤팀의 강력함에 주눅 들지 않고 명승부를 펼친 '무적함대' 스페인의 투혼이 있었기에 더 빛난 결승전이었다.

스페인은 세계최강 미국을 맞이해 막판까지 팽팽한 접전을 펼치며 전 세계 농구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특히 이번 대회 상대팀과 평균 점수차 +27.8점차를 기록하며 2쿼터 이후 한 번도 리드를 허용한 적이 없는 미국을 상대로 4쿼터 중반 89-91, 2점차까지 추격해갔다. 이런 장면은 우승을 낙관하던 NBA 스타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스페인은 이번 대회 개막 전부터 미국의 강력한 대항마로 꼽혀왔다.
NBA 올스타급 센터 파우 가솔(LA 레이커스)을 필두로 마르크 가솔, 후안 카를로스 나바로, 루키 리비오, 펠리에 레예스 등 주전 전원이 NBA와 스페인 리그에서 활약하는 정상급 선수들로 구성했다. 2006년 일본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미국을 꺾고 올라온 그리스를 결승에서 제압, 사상 첫 세계 제패의 감격을 맛보기도 했다.

베이징올림픽에서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던 스페인은 조별리그에서 이미 미국과 한 차례 격돌했지만, 당시는 37점차(82-119)로 대패하며 실망감을 안겼다. 절치부심한 스페인은 4승 1패로 미국에 이어 조 2위를 차지하며 토너먼트에 진출했고 8강에서 크로아티아, 4강에서 리투아니아를 제압하고 결승에 올라 미국과 다시 만났다.

결승에서의 스페인은 예선과 전혀 다른 팀이 되어있었다.
미국과의 결승전을 앞두고 주전 가드인 호세 칼데론이 부상으로 결장하는 악재 속에서도 에이스 파우 가솔(21점 6리바운드), 루디 페르난데즈(22점, 3점슛 5개), 후안 카를로스 나바로(18점) 등이 고루 분전하며, 최강 미국을 상대로 결승전에서 보기 드문 공격농구 대결을 선보였다.

엄청난 운동능력을 자랑하던 미국 선수들을 상대로 가솔과 나바로의 2:2 플레이와 앨리웁 덩크, 나바로의 과감한 돌파에 이은 연속 플로터, 미국 센터 드와이트 하워드의 수비를 뚫고 꽃아 넣는 페르난데즈의 원핸드 슬램덩크 등은 그야말로 리딤팀에 못지않은 '쇼타임'까지 선사하며 농구팬들을 경탄시키기에 충분했다.

NBA 진출설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스페인의 '농구신동' 리키 루비오의 두려움 없는 플레이도 인상적이었다. 1990년 10월생으로 이제 만 17세에 지나지 않는 루비오는 세계적인 스타들이 즐비한 미국대표팀과 결승전에서 당당히 스페인 성인대표팀의 주전가드로 나서서 뛰어난 볼핸들링과 돌파력을 선보이는가 하면, 베테랑 제이슨 키드의 수비를 제치고 과감한 레이업슛을 꽃아 넣는 배짱으로 전 세계농구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막판 미국의 연이은 외곽슛 호조와 드웨인 웨이드-코비 브라이언트의 클러치 타임을 극복하지 못하고 고배를 마셨지만, 스페인의 선전은 자칫 미국의 일방적인 우승으로 맥 빠지게 끝날 뻔했던 결승전의 마지막 하이라이트를 화려하게 장식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대회 초반, 인종비하성 사진촬영 논란으로 여론의 도마에 오르며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던 스페인 농구대표팀도 이날만큼은 멋진 승부로 승패를 떠나 관중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받을 만했다.

스페인은 이날 비록 미국을 넘는 데는 실패했지만, 최정예 1진을 앞세운 미국 리딤팀과 마지막까지 대등한 승부를 펼친 '유일한' 팀으로 기억되며 자신감을 얻는데 성공했다.

미국이 이날 스페인전에서 기록한 11점차는 이번 대회 미국의 최소 점수차 기록이며, 107점은 미국이 허용한 한 경기 최다 실점 기록이기도 하다. 유망주들이 풍부하고 신구의 조화가 잘되어있는 스페인 대표팀은 향후 세계선수권이나 다음 올림픽에서도 충분히 미국을 위협할 강력한 대항마가 될 수 있음을 다시 입증한데 의미가 있는 무대였다.

데일리안 스포츠 편집 김태훈 기자 [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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